노르웨이의 거장 에드바르 뭉크를 떠올릴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두 귀를 막고 있는 ‘절규’의 이미지를 가장 먼저 상상한다. 신간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은 이 강렬한 이미지 뒤에 가려진 인간 뭉크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의 예술 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든 기록이다.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촬영하듯 뭉크의 생애를 차분한 시선으로 쫓는다. 이를 위해 오슬로 현지를 직접 답사하며 뭉크의 흔적을 수집했고, 그 여정을 담은 사진들을 책 곳곳에 배치해 현장감을 더했다.
책은 뭉크의 삶이 평범한 인간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고통의 연속이었음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잠식했던 비극적인 가족사, 끊임없는 질병과 죽음의 그림자, 그리고 그를 평생 괴롭힌 광기까지,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복잡한 관계와 불륜, 평생을 따라다닌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 불면증 같은 정신적 고통들이 시기별 작품과 맞물려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긍정
그러나 뭉크의 위대함은 그가 단지 고통 속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옥죄는 비극에 굴복하는 대신, 그것을 예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승화시켰다. 뭉크가 스케치북에 남긴 일기 한 구절은 이러한 그의 예술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 고통은 나 자신과 예술의 일부이다. 고통은 나와 하나이기에 그것이 파괴되면 나도, 예술도 파괴될 것이다.”
저자는 뭉크가 정신병원을 나온 후 그려낸 대작 ‘태양’을 조명하며, 그가 우울과 고통의 끝자락에서 길어 올린 희망과 위안을 강조한다. 세기말의 퇴폐적이고 불안한 분위기를 ‘절규’로 정의하며 19세기를 마감했다면, 찬란한 ‘태양’을 통해서는 다가올 20세기에 대한 희망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결국 뭉크는 어둠을 그린 화가가 아니라, 그 어둠을 뚫고 나온 긍정적인 빛을 그린 화가로 기억되어야 함을 이 책은 역설하고 있다.
얇은 두께 속 묵직한 울림, 시를 읽는 시간
화가의 치열한 삶을 다룬 전기(傳記)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면, 때로는 얇은 두께만으로도 강렬한 유혹을 건네는 책들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은 호평받는 문학상 수상작들을 모두 섭렵하고 싶어 하지만, 일상에 치여 1년에 단 몇 권의 훌륭한 책을 읽는 것조차 버거워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얇은 책은 ‘완독’의 성취감을 빠르게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내 주변의 독자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선뜻 손을 뻗지 않는 문학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시(詩)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책 한 권을 온전히 끝냈다는 만족감이 절실할 때, 나는 서가에 쌓인 읽지 않은 책들 사이에서 가장 얇은 시집 한 권을 꺼내 들곤 한다. 최근 나는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집을 집어 들었다.
빠른 독서를 멈추게 하는 언어의 힘
처음에는 그저 얇은 분량 덕분에 금방 읽어 치울 수 있을 것이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의 언어가 담긴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빨리 결말에 도달하고 싶었던 조급함은 서서히 사라지고, 대신 단어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를 곱씹고 문장 사이에 머물고 싶은 욕구가 그 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뭉크가 고통을 응시하며 캔버스 위에 빛을 새겼듯, 훌륭한 시는 짧은 문장 속에 긴 여운을 남기며 독자의 시간을 붙잡아 둔다. 화려한 수상 경력이 주는 권위 때문이 아니라, 텍스트가 주는 본연의 힘이 독자를 멈춰 세우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예술가의 치열한 생애를 다룬 책이든, 잠시 멈춰 서게 만드는 시집이든, 우리에게는 영혼을 환기할 시간이 필요하다.
고통을 넘어선 뭉크의 ‘태양’, 그리고 시(詩)가 선사하는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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